그는 나의 돌발 행동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순간 그의 주먹이 나의 얼굴을 강타했다. 눈앞에 번쩍 섬광이 보인 듯했고 난 땅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인류를 구하는 일입니다. 전 세계의 똑똑하다는 놈들을 다 모아 놓고 논의한 결과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제 한 순간도 늦출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이렇게 냉동보관하기로 했잖아! 그게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면서!"
갑자기 아이크가 울먹이면서 소리쳤다.
"우리는 그렇게 대중들이 믿게 만들었죠! 실상을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어요. 아주 간단해요. 에너지 보존의 법칙. '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때, 전환 전후의 에너지 총합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법칙' 냉동시키고 그걸 유지하는 만큼 열에너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 열에너지는 여전히 지구를 뜨겁게 만들 것이고요."
그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었고 차분하던 톤이 점점 거칠게 변했다.
"우린 이 일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 인륜적이며 폭력적인 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 일을 하는 거라고.. 알아듣겠냐고! 너희가 저 캡슐이 아닌 여기에 있는 것에 사명감을 가지라고!"
그는 앞으로 나아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캡슐들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았다.
난 그의 말을 듣고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인류를 제거한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이고 나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또다시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캡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10개의 캡슐이 우리 앞쪽으로 내려왔다.
그는 우리를 돌아보며 차갑고 거칠게 윽박지르며 말했다.
"자 인류를 위해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을 해!"
난 자리에서 일어나 버튼 앞으로 갔다. 인류를 위한 사명감 그 딴 건 몰랐다. 지금 이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날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에이크는 여전히 흐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난 에이크에게로 가서 그를 안아 주며 말했다.
"에이크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범죄자들이거나 사형수들 일 거야 일반인들은 아닐 거야. 그리고 이게 인류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잖아"
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말을 하며 그를 부축하면서 일으켜 세워 버튼 앞에 서있게 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 에이크를 바라보고 우리는 동시에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10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용광로 속으로 사라졌다.
난 몇 분 사이에 20명의 사람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의 그 충격만큼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생각이 들기 전에 또다시 캡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이크와 난 정말 기계처럼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그 남자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로봇의 감시를 받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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