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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다크 SF단편 시리즈 - 서기 2100년(6)

by W.C.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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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알 수 없는 외계인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려 했지만 눈이 잘 떠지지 않았고 온몸에는 오한이 느껴졌다. 그때 외계인인지 사람인지 모를 생명체가 나를 잡아서 꺼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우웨에엑'

 

옆에서 누군가 구토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 역시 노란 물을 엎드린 채 잔뜩 쏟아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누군가 내 머릿속에 손가를 집어넣고 마구 휘젓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 토하고 나니 난 또 무언가에게 부축되어 어디론가 옮겨졌다. 내발은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는데 아픈 느낌도 들지 않았다. 조금 지나니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봤는데 에이크도 내 뒤를 따라서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그제야 조금씩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잠깐 잠들었던 것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난 건지 정확한 시간대를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두 개의 침대가 있는 작은 방으로 옮겨졌고 각각의 침대에 내동댕이 쳐졌다.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에이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에이크에게 말을 했다.

 

"에이크 괜찮아?"

 

"어 죽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죽지는 않을 것 같아"

에이크는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때였다. 방 한가운데에 있는 모니터가 켜지면서 그때의 그 미스터리 한 남자의 모습이 나왔다. 우리를 협박하고 우리를 냉동 캡슐에 들어가게 한 그 사람!

 

"잘 잤나요? 우리 인류의 구원자님들! 지금 머리가 아프고 냄새도 나고 제정신이 아닐 겁니다. 일단 거기 침대 머리맡에 있는 두 개의 알약을 드시면 두통은 사라질 거예요"

 

이게 무슨 약인지 겁이 났지만 이 지독한 두통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알약을 먹었다. 알약을 먹자 신기하게도 빠르게 두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 이제 제 말을 잘 들으세요!"

 

그는 우리가 알약을 먹는 걸 확인하고 말을 빠르게 이어갔다.

 

"지금은 정확히 그날로부터 400일 정도 지났습니다. 쉘터 건설이 예정보다 좀 지연되어서 여러분들은 예정보다 더 냉동 상태로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더 남들보다 더 젊어졌다는 거죠 하하"

 

그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그때는 하지 않았던 농담도 우리에게 하면서 시종일관 하이톤의 목소리를 유지하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일단 깨끗이 씻고 나오면 각자의 유니폼이 사물함 안에 있을 겁니다. 그걸 입고 방 밖으로 나오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그 로봇들을 따라가면 인류를 구원할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럼 거기서 뵙죠!"

 

그는 또다시 자기 할 말만 한채 사라져 버렸다.

 

chat GPT로 생성한 이미지

 

우리는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진짜로 1년이 지났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백"

 

에이크는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듯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평생을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데로 살아온 나로서는 이 상황을 타개할 계획도 의지도 없었다.

 

"모르겠어 일단 씻고 나가보자"

 

"그래..."

 

우리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와 사물함을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그때 그가 입었던 옷과 동일한 athos tech가 새겨진 유광 점퍼와 작업 복 바지가 걸려있었다.

 

우리는 그 옷을 입고 문 밖을 나갔다. 역시 로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로봇을 따라 차갑고 어두운 긴 복도를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