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쩔 수 없이 에이크와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휴머노이드로봇은 예전부터 봐왔던 노동을 하는 로봇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로봇이었는데 그 위압감이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로봇과 함께 우리는 준비되어 있던 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트럭 내부는 첩보원 영화에서 보았던 것 그대로 강철로 둘러 싸여 있었으며 우리는 양쪽으로 나눠 앉았고 로봇은 뒤쪽 입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난 트럭에 앉아서 마주편에 있는 에이크를 쳐다보았다. 에이크는 내심 미안한지 바닥만을 보고 앉아 있었고 불안한 듯 다리를 계속 떨고 있었다. 난 이게 무슨 일인가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지금까지 봐왔던 범죄 스릴러 영화라든지 SF영화라든지 첩보 액션 영화라든지 머릿속에서 수많은 영화들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하지만 딱히 현실에서는 쓸만한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쉘터에 다다랐고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차량은 한참 동안 햇빛이 들지 않는 터널을 계속해서 달렸고 하늘에서 빛이 쏟아지는 곳에 다다르자 차량이 멈췄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양 옆에 로봇이 서 있었다. 차량이 도착하자 그는 우리에게 소리쳤다.
"거기 두 명 이리 나와 봐요 저랑 이야기 좀 하실래요?"
우리는 얼굴을 서로 마주 보고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왜 이렇게 순진하게 따라온 건지 난 후회가 들었고 에이크가 원망스러웠다. 다리가 떨렸고 선뜻 트럭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걱정 말아요 당신들을 헤칠 생각이 없어요. 아직까지는"
그는 차갑고 사무적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는 athos thec가 적혀 있는 검은 생 유광 점퍼를 입고 있었고 청바지에 nike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제가 아까 음.. 이름이.. 아 이 에이크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해드리죠 인류를 구원하는데 지원해 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그의 말투에는 어떤 감정도 어떤 느낌도 없이 사무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아... 제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비 협조 적이면 안 되는 데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그는 이제 우리의 반응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법원에서 선고문을 읽는 것처럼 쭉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트럭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그저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 같은 걸 꺼내서 단추를 몇 개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가 앉아 있는 트럭의 화면이 켜지더니 에이크에 관한 프로필이 나오고 있었다. 거기에는 에이크의 출생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가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본명 에이크 볼튼! 실은 에이크 씨가 우리 감시망을 빠져나가서 어떤 특수 훈련을 받은 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곤란했어요. 우리는 에이크 씨가 어떤 특수한 목적을 가진 기관의 요원인 줄 알았죠. 그래서 시간을 벌기 위해 에이크 씨에게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몰래 뒤를 미행을 하려고 했는데 이거 원 하하 우리가 잘못 알았던 거죠. 에이크 씨는 그냥 호기심 많은 쥐새끼였던 거예요. 그래서 정보를 좀 찾아보니 에이크 씨는 그냥 루져! 인생 루져! 쓰레기 그 자체 내요."
"그리고 백 화이트 씨는..."
그는 말을 이으면서 나의 프로필 정보를 화면에 띄웠다.
"그 나물에 그 밥, 친구와 다를 바 없는 역시 루! 져!"
그 사람의 말에 우리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잔뜩 겁을 먹고 긴장한 상태였긴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을 잡지 못했다.
그는 사무적으로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의 인류를 위한 위대한 계획에 방해를 하는 반대 세력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마침 우리에게는 당신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한 일이 있어요. 어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어요?"
그는 우리가 탄 트럭과는 일정 거리를 둔 채 의자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내용은 함께 하자는 말이었지만 어조는 협박에 가까웠다.
에이크와 난 서로 바라 볼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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