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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다크 SF단편 시리즈 - 서기 2100년(2)

by W.C. 202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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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날의 프레젠테이션은 그를 the savior 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만들었다. 그는 쉘터의 건설 비용도 대부분 athos tech에서 부담한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동의만 한다면 각국의 분담금을 일부 받고 일부는 후원을 및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전 세계는 캐리언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한동안 나눠지게 되었다. 한동안 팽팽하게 대립하고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지구의 이 위기를 타개할 방안이 없다는 것에 동의하였고 지원자에 한해서만 냉동 수면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각 국의 나라들은 쉘터를 짓기 시작했다.

 

캐리언 말론은 F-123 냉동 캡슐의 안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1년 동안 캡슐에 들어가 냉동 수면을 했고 실시간으로 1년 동안 그의 상태를 지켜볼 수 있도록 live 방송을 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워 보였다. 캐리언 말론이 1년 후 F-123캡슐에서 깨어날 때,

전 세계의 방송국이 몰려와 생중계 했으며 그는 구토와 어지러움증을 호소했지만 성공적으로 F-123의 안정성을 보여 주었다.

 

그 이후 지지부지 하던 지원자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났고 지원자의 재산을 모두 보관해 투자해 주는 적립식 금융 상품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같기 시작했고 the savior에 대한 찬양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게 전 세계의 인구 절반을 냉동 보관하여 세계를 구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차질 없이 하나둘씩 진행되었다.


Chat GPT로 생성한 이미지

 

"삐이이 삐이이 삐이이"

 

휴대폰에서 경보음이 발생한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늘 그렇듯이 대기 오염 경보였다. 일주일에 5일은 이런 경보가 발생한다. 오늘은 최악으로 이런 날은 정부에서 제공한 특수한 방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날이다. 침대에 걸쳐 앉아 내 발 끝을 무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냥 아무 의미도 없다. 그냥... 그러고 있고 싶었다. 그냥..

 

외출 제한 경보가 와도 어차피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 다니는 직장이 없다. 아니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없다. 왠 만한 노동은 다 athos tech의 휴먼로이드 로봇이 다 하고 있다. 난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기본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고 뭐 딱히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크게 삶의 의욕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난 수도 없이 고민을 해봤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게임을 하고 있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웃으며 보고 있다. 뭐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내 삶이 이렇다 보니 나 역시 냉동 수면을 신청했다. 50년 후 2100년에는 지금의 내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신청자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냉동 수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추첨으로 변경되었는데 난 탈락하고 말았다.

 

역시나 절망적인 내 삶이 그렇게 쉽게 좋아질 리가 없었다. 

 

창 밖을 내다보았다. 흙먼지가 바람에 휘날리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멍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보았다. 그때 내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나의 오랜 친구인 에이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