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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다크 SF단편 시리즈 - 서기 2100년(3)

by W.C.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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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로 생성한 이미지

"여보세요"

 

에이크는 나의 오랜 친구다. 그 녀석 또한 나와 별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최근에 운 좋게도 athos thec에서 건설 중인 쉘터의 마무리 작업에 일을 구했다.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이긴 했지만 꽤 많은 돈을 주었고 덕분에 나도 에이크로부터 맛있는 술을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 최근 연락이 뜸했는데 지금 연락이 온 것이었다.

 

"너 지금 어디야?"

 

에이크의 목소리는 낮고 평소보다 빠르게 말했으며 그리고 약간 긴장된 것처럼 들렸다.

 

"집이지 왜?"

 

"잠깐 너희 집에 가도 될까?

 

"미친! 무슨 지금 공기 경보가 최악인데 어디를 오겠다는 거야? 그냥 집에 있어!"

 

에이크는 잠시 뜸을 들이 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너 거기 집에 꼼짝 말고 있어. 곧 갈게"

 

에이크는 뭔가 급해 보였고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거 같았다.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에이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몇 시간 뒤 에이크가 나에게 찾아왔다.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였고 특수 방제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했기에 그의 눈 빛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몸에서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곧장 에어클린 장치를 통과한 후 작은 내 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앉을자리를 찾는 것 같았는데 내 좁은 집은 침대만 있었기에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멈춰있었다.

 

"괜찮아 여기 침대에 앉아도 돼. 무슨 일 있어?"

 

에이크는 아무 말도 없이 내 침대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고글과 마스크를 벗고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턱을 괴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에이크가 입을 열었다.

 

"백! 뭔가 이상해. 뭔가 아주 뭔가 이상해."

 

"뭐가 말이야?

 

"내가 최근 쉘터 건설에 참여해서 일하고 있는 거 알고 있지?"

 

"그렇지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대부분의 일은 휴머노이드들이 하잖아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게 그 뭐냐 휴머노이드가 제대로 일하는지 감시하는 거지"

 

"그렇지 근데 뭐 그게 딱히 필요 없는 일이잖아 AI견제 법인가 그것 때문에 만들어진 거라서 감시라고 해도 뭐 그냥 자리 지키면서 시간 때우는 걸로 알고는 있어"

 

그렇다 대부분의 일들은  휴머노이드들이 하고 있다. 인간들의 할 일은 거의 없었고 어떻게든 그래도 인간에게 할 일을 부여하기 위해 AI 견제 법이라는 그럴싸한 명칭을 붙이고 휴머노이드들이 일정 개수 이상이면 인간 감독관을 반드시 붙여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말이 좋아 감독이지 휴머노이드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멍하니 시간만 때우거나 나쁜 작업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자리였다.

 

"그렇지 뭐 너도 알다시피 난 너무 일이 지루하고 해서 내 구역 말고도 여러 군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려고 했단 말이지 구경삼아 말이야. 그런데 이상하게 말이야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려고 하면 휴머노이드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자꾸 자리로 돌아가래! 이거 원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 건지"

 

에이크는 말을 하면서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흥분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도 내가 누구냐 이 에이크 님을 누가 그 자리에 잡다 둘 수 있겠어 점심시간에 몰래 녀석들의 감시망을 피해 지하층으로 더 내려갔어. 그런데 거기서 그만!!"

 

에이크는 잠시 숨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거기서 뭔가 봤어?"

 

"아니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걸렸지"

 

"뭐야 지금 나에게 장난치는 거야?"

 

"아냐 끝까지 들어봐 입구에서 딱 걸리고 말았는데 이 로봇이 경고도 하지 않고 나를 묶어서 그냥 들고 마치 범죄자처럼 데려가는 게 아니겠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그렇게 취급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물리적인 힘으로 나를 억압하고 어디론가 데려갔어. 그리고 어떤 사무실로 들어가서 좀 높으신 양반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날 내려놓는 거야!"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노동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athos thec가 설계한 군사용이 아닌 이상 AI 인간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 없게 프로그램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곳에 군사용 로봇이 있다는 말이 된다. 지켜야 할 극비 보안이 있던 걸까? 나는 에이크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그 사람이 날 보더니 웃으며 이런 이야기를 했어"

 

"무슨 이야기"

 

"'호기심이 많은 청년이군요. 뭔가 인류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해보지 않겠어요'라고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중요한 일이라니?"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난 인류를 위한 중요한 일이라고 하니 들어 보겠다고 했지! 그러자 인류를 위한 지원자가 더 많이 필요하니 믿을 만한 사람을 더 데려 올 수 있겠냐고 하는 거야?"

 

에이크의 말을 듣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너 설마 나를 거기에 데려간다고 했어?!"

 

"어쩔 수가 없었어! 야 거기 얼마나 무서웠는 줄 아냐? 진짜 누가 하나 죽어 나가도 모르겠더라고 난 죽는 줄 알았다고!"

 

"야이 시발 아오 개새끼야!"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야 진짜 좋은 일일수도 있잖아!"

 

"좋긴 개뿔! 난 안 갈 거야 네가 알아서 해!"

 

"미안하다 백. 그럴 수가 없어 이미 밖에서 휴머노이드로봇이 기다리고 있어 지금 좀 같이 가주면 안 될까?"

 

 

"하..... 아니... 시발"

 

진짜 병신 같은 일이 생겨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