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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치의 그녀(3)
    단편소설 2016. 8. 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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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이 말해 준 대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서두르지 않고 빠르게 발을 옮겼다.


    익숙한 냄새가 난다. 그녀가 근처에 있다는 걸 내 직감이 말해주고 있다. 내 직감이 이끄는 데로 발을 옮긴다.


    저기 반지하의 조금 열린 틈 사이로 익숙한 냄새가 세어 나오고 있다.


    난 그 창문 너머로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톰의 아지트 보다 더 어두운 방안 한 쪽 구석에 무언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게 보인다.


    그녀인 것 같다. 방은 몇 일 동안 치우지 않은 듯 보였고 그녀는 간간히 작은 어깨의 떨림으로 살아 있음을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기껏해야 고양이인 내가 왜 이렇게 그녀를 신경쓰고 있는 지 모르겠다.


    무엇인가 내가 그녀에게서 받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것일까... 


    지금까지 인간들을 지켜 보는 것이 나에게는 그냥 지루한 일상의 놀이 같은 거였을 뿐인데... 


    그녀가 먹이를 주지 않아도 굶어 죽을 일도 없는 나인데...


    머리가 복잡해 진다. 


    으아악 내 머리 속에 그녀는 뭐란 말인가?


    '야~~옹...?!'


    이런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음?!


    그녀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내 눈과 그녀의 눈이 마주친 채로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았다. 난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굳어 버린 나에게 다가 왔다.


    '안돼... 움직여야 해 자리를 떠야해...안돼...돼..돼..돼..'


    어느새 난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는 나를 안고 한 동안 계속 흐느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나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고마워.. 나에게 찾아와 줘서...'


    나도 그녀에게 속삭였다.


    '야옹..(너 참 따뜻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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