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벤치의 그녀(1)
    단편소설 2016. 6. 19. 23:28
    728x90

     햇살이 뜨겁다. 비가 내리고 나면 숨이 턱턱 막힐 듯한 뜨거운 공기로 인해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기가 힘들어 질것 같다. 그래서 인지 어떻게 보면 지금은 날씨가 참 좋다고 여겨 질 만 하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것 처럼 보인다.

     난 일찌감치 나와 어느 시간에도 햇살을 막아 줄 수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덥지도 않은 지 어린 아이들은 마냥 신나서 뛰어 다니고 있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돗자리를 깔고 술과 먹을 것을 함계 나눠 먹고 있다.

     다들 즐거워 보인다. 

     난 뭐 즐거울 것도 없고 나쁠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이렇게 시원한 곳에 앉아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렸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며 웃을까?

     저기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

     나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뭐 딱히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다.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나 이지만 요즘은 신경쓰이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이른 시간 부터 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매일 저녁 해가 질때 쯤이면 반 대편 벤치에 매일 나타나는 여성이 있는데 요즘 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매일 저녁 때 쯤이면 고양이 사료를 들고 와서 벤치 주위에 놓고는 벤치에 혼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하늘을 한 30분쯤 보다가 돌아가곤 한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슬퍼 보이기도 하고 왠지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좀 알 수 없는 연민이 느껴진다고 할까?

    하긴 뭐 내가 그런 것을 알 만한 처지는 아니지만 보이다가 보이지 않으니 신경이 쓰인다.

     혹시 나오는 시간이 달라진 건 아닐가 해서 이른 시간부터 여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역시나 오늘도 오지 않는 것 같다.

     벌써 해가 질 시간이 다가 온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아이들은 사라지고 연인들이 공원을 채우기 시작한다.

     슬슬 나도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일찍 여기에 자리를 잡느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 같다. 

     때마침 한 쌍의 커플이 그녀가 늘 앉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오징어 포가 들려져 있었다. 

     흠 뭐 내가 좋아 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배가 고프니 일단 배부터 채워야 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나의 매무새를 확인해 본다.

     '얼굴도 좋고'

     '손도 깨끗하고'

     '이 정도면 OK!'

     난 그 커플에게 다가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야~~~옹~~"

     "어머 이 고양이 귀엽다.!!"

     역시 여자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난 그녀의 다리에 다가가 몸을 비볐다. 이 정도면 안넘어 오지 않고 못 베기지 

     "이거 완전히 개낭이 인데?"

     남자가 나를 쓰담으려고 하자 난 슬쩍 몸을 빼며 여자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 봤다. 솔직히 누가 내 몸을 쓰담는 건 그리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남자가 말이다.

     "자 이거 먹어~"

     역시 여자는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 난 여자가 좋다. 그 동안 매일 먹던 사료 보다는 맛이 없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자꾸 그 여자가 신경쓰인다.

     사료를 못 먹어서가 아니다. 그냥 신경 쓰인다. 내일은 그녀를 한번 찾아봐야 겠다. 


    728x90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인류 학자의 보고서  (1) 2024.01.11
    벤치의 그녀(3)  (0) 2016.08.02
    벤치의 그녀(2)  (0) 2016.06.2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