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머리는 뛰어난 기억력도, 논리적인 사고를 돕는 최적의 도구도 아니다. 과거를 떠올릴 때는 열정적이지만 부정확한 기록자가 되고, 현재를 살아갈 때는 가장 자극적인 정보에 끌려다닌다. 우리는 종종 사고의 중심을 잡기보다는 즉흥적인 생각의 조각을 좇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혼란스럽고 단편적인 사고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우리가 무질서한 생각을 정리하고 보다 명확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실용적인 도구다. 때로는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비로소 진정한 사고를 시작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머릿속의 ‘대략적 사고 모드’에서 벗어나기
우리의 기본적인 사고 방식은 ‘영원한 대략적 모드(perpetual approximation mode)’에 머문다.
- 창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막연히 가능성을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 흥미로운 소문을 들으면 일부분만 기억하며 전체 맥락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 사소한 사실, 감정적인 기억, 오래된 논쟁 등을 머릿속에서 되풀이하지만 실질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지만, 정작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는 않는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이 많을수록 우리는 결론 없는 사고를 반복하며 시간만 낭비한다. 그러다 어떤 계기—비극, 위기, 기회—가 닥칠 때에야 비로소 그 생각의 의미를 정리하려 한다.
글쓰기가 사고를 정리하는 방법
글쓰기는 이러한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명확한 구조로 바꾸는 과정이다.
- 맥락과 논리 정리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떠돌던 아이디어도 글로 표현하는 순간 논리가 필요해진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전과 이후, 원인과 결과,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구분하게 된다. - 기억력 확장
인간의 단기 기억 용량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글로 생각을 정리하면 우리는 종이 위에서 더 많은 개념을 연결할 수 있다. 즉,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평소보다 더 명석한 사고를 할 수 있다. - 비논리적인 사고 제거
글을 쓰다 보면 논리적 모순이나 불완전한 사고가 쉽게 드러난다. 머릿속에서는 완벽해 보였던 아이디어도 막상 글로 정리해보면 비약적인 전개, 편향된 시각, 근거 부족이 명확해진다.
글쓰기가 드러내는 진실
최고의 글쓰기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불편한 진실과 편견을 직면하게 한다.
- 멋져 보였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실은 현실성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 타인의 행동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글을 쓰면서 인지하게 된다.
- 자신의 감정이 왜곡된 전제에서 비롯되었음을 발견한다.
이러한 과정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결국 더 깊이 있는 사고와 더 나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쉽게 글을 쓰는 방법
- 자꾸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이 있다면, 글로 써보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는 일단 적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 빠르고 거칠게 써도 괜찮다.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 하지 말고, 마치 어린아이가 “왜? 왜?”라고 질문하듯,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
“이 감정의 원인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써보자. - 무엇이든 일단 적으면 생각이 정리된다.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도 글로 정리하는 순간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면, 글쓰기를 시작하라.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고를 하자
"자기 자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맑은 강물에 막대기를 넣고 바닥에 쌓인 진흙을 휘젓는 것과 비슷하다."
– 스티븐 킹, 《Different Seasons》
"나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내가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글을 쓴다."
– 조앤 디디온, 《Why I Write》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를 다듬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결론이 보이지 않을수록, 글쓰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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