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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1) - 중소 기업 IT 회사 퇴사하기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4. 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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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직장 생활 8년 차쯤인가? 그쯤인 것 같다.

    이미 퇴사하신 팀장님의 아시는 분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연봉 올려 준다고 회사를 추천해 주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 의 자! 회! 사!

     

    결국은 SI 회사... SI라면... 치가 떨리는 경험을 첫 회사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슬쩍 연봉을 물어보았다. 그 연봉이 말이야.. 어쩌고 저쩌고.. 복지가 어쩌고 저쩌고..

    아... 복지 이야기를 하는 거 보니 연봉이 생각보다 작겠구나... 생각했는데.. 오잉? 대략 얼마쯤 될 거야!?

     

    얼마라고요?! 얼마라고요?! 면접 보겠습니다.! SI회사라는 말에 약간 짜증스런 게 대꾸하던 나는 급 공손한 태도가 되었다. 두 손으로 공손히 휴대폰을 받쳐 들고 허리를 숙이고 조아렸던 것 같기도 하다.

     

    면접을 보기로 하고 나름 그래도 정들고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들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지금의 회사에 애정이 없는 것도 아니니... 그래도 슬쩍 한번 부장님에게 내년 연봉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 음... 차라리 안 물어보는 게 나았다.

     

    경력직 이직은 알다시피 나의 니즈와 경력이 상대편 회사 쪽 니즈와 맞아야 채용이 된다. 다행히 그쪽 부서장님이 나 같은 경력자를 찾고 있었고 전 팀장님의 소개로 채용 프로세스 전에 한번 술자리를 가졌다. 서로의 니즈를 확인했고 부서장님이 힘을 써주신 덕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해당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어찌어찌 통과하고 입사를 하게 되었다.

     

    입사 일정을 정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부장님에게 '저 퇴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울 줄 알았다.

     

    '퇴사하겠습니다~'

    '어이쿠 그러시네요~ 잘 가세요~ 앞으로 꽃 길만 걸으세요.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여기 감사의 의미로 퇴직금을 좀 더 넣었습니다~'

     

    그동안 기여했던 일을 생각할 때 위와 같은 상상을 잠시 했었다.  하지만 실장은...

     

    '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뭐? 왜? 갑자기?'

    '좋은 조건이 들어와서 면접보고 이미 합격했습니다.'

    '뭐 어딘데?'

    'XX 회사입니다.'

    '야이 씨! 거기 SI회사잖아! 야 SI 가지 마 안 좋아. 너 알잖아.'

    '대우 조건이 좋아요. 여기보다 연봉도 훨씬 많이 주고요.'

    '야! 네이버, 카카오 이런데면 내가 군말 안 하고 보내 줄게. 너 거긴 아니야'

    '그래도 지금 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야 여기서 좀 더 준비하다가. 네이버나 카카오가! 야 좀 따라와 커피 먹자'

     

    이렇게 며칠 동안 부장님이랑 면담을 하였다. 일종의 면담 지옥이랄까?

     

    출근하면 부장님에게 불려 가 면담을 했다.

     

    퇴사가 이렇게 힘든 거였던가......

     

    하루는 상무님이 잠깐 보자고 하셨다.

     

    '회사를 왜 옮긴다고?'

    '대우가 여기보다 좋습니다.'

    'OO아. 여기 몇 년만 더 있으면 팀장도 하고 부장도 하고 임원도 될 수 있어. 네가 우선순위가 높아. 여기서 몇 년 만 더 고생하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어..'

    '그건 알지만.. 결혼도 했고 애도 키우고 지금 연봉 가지고는 너무 힘듭니다...'

    '좀만 더 참고 같이 노력하면 그게 다 보상으로 돌아올 거야!'

    '그건 알지만... 지금이 당장 생활이 힘드네요 이! 연봉! 가지고는요!'

     

    이런 대화를 부장님과 상무님과 많은 시간을 들여 면담을 했지만 두 분 다 연봉을 올려 주겠다는 말은 단! 한마디! 도 하지 않았다!

     

    면담을 며칠 동안 계속하다 보니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면담을 할수록 대화 내용은 더 직설적이고 저급해졌다...

     

    '너 왜 옮기는데? 하필 SI 회사로?'

    '연봉이 너무 적어요. 돈이 필요합니다.'

    '거기 기술력도 없고 배울 것도 없어!'

    '그래도 돈은 많이 주던데요'

    '야이 씨! 세상에 돈이 다냐!'(여기서 부장님은 버럭소리쳤다.)

     

    뭐지? 내가 너무 아니꼽게 대답했나?

     

    사람을 며칠 동안 붙잡고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괴롭힘을 받는 건 난데? 
    이 사람이 미쳤나?!!!!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었지만... 난 단호히 이야기했다.

     

    '네!'

     

    결국 이 대화를 끝으로 면담은 중지되었고 나의 퇴사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솔직히 나도 지금 회사에서 이직할 회사만큼의 연봉을 못 맞춰 줄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6년 정도 한 회사에서 일했는데... 말이나 한번 연봉 올려 줄게라고 이야기라도 해줬으면...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 줬다면...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암튼 난 퇴사를 했다!

     

    물론 퇴사를 하기 위해 퇴직서를 들고 다니면서 팀장, 부장, 상무, 사장을 만나서 사인을 받기 위해 숨바꼭질하듯 찾아다닌 이야기는...(IT회사인데 다른 결제는 다 전자 문서인데 왜 이건??!!!) 모두들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라 세세한 이야기는 스킵한다.

     

    PS

    1. 진짜 퇴직서는 왜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해야 하는지.. 아무래도 퇴사자를 마지막까지 괴롭히기 위한 갑질 중에 하나 같은 생각이.. 든다.

    2. 퇴사를 해보니 내 받고 있던 연봉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안일하게 우물 안에 개구리였던 것이다. 이직 생각이 없어도 면접을 보러 다니는 건 좋다. 다른 회사의 기술 트렌드도 알 수 있고 나의 적정 몸 값을 어느 정도 예측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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