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새 회사에 출근을 하는 날이 되었다. 거의 10년 만인가? IT SI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이..
그래도 대기업의 자회사이니 예전 중소 SI 보다는 상황이 낳지 않을까란 희망회로를 머릿속으로 돌리고 있었다.
예전 중소 SI 아무것도 모르던 병아리 시절에 입사했던 곳의 기억을 잠시 더듬어 보았다.
갑을의 관계를 굳이 따지자면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더 밑의 회사였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재하청?
그런데 정말 저 갑을병정... 은 어디서부터 쓰게 된 건지 궁금하긴 하다.
찾아보니 아래 2011년 경향신문에 나온 논설문에 잘 설명되어 있다.
[경향신문 논설(갑을관계)](https://m.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1110302106315)
아무튼 그때는 갑질당하는 게 일상이었고 IT 업계를 떠나고 싶었던 그런 햇병아리였다. 그래도 지금 세월도 많이 흘렀고 아무래도 대기업 자회사 SI이니 큰 사업도 많이 할 테고... '을' 보다는 '갑'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행복회로를 머릿속에 굴리며 첫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인사팀에 가서 막 군대에 끌려온 신병처럼 어리바리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오전 내내 기본 교육을 수료한 다음.
드디어 자대로 배치를 받... 아니 팀으로 배치를 받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나?
어색한 상상을 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책상이 10개 정도의 책상이 있었던 것 같다. 일부는 잘 정돈되었고 일부는 잡다한 짐들이 올려져 있었다. 구형 모니터가 있는 책상도 몇 개 있었고...
그리 3명 정도의 사람이 각자의 책상에 앉아 있었는 데... 다들 나를 대면대면하게 맞아 주었다.
'오늘 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상이... 일단 여기 앉으시죠! 이 자리 주인이 한동안 안 들어오실 거라... 아 컴퓨터는 아직 안 나왔습니다. 여기 일단 제 거를 쓰세요...'
아.. 잊고 있었다. IT SI 회사의 특징을... 내 자리는 있으나 마나 한 자리란 것을... 내 자리는 결국 전국 어디 든 가는 곳 이 내 자리였다 것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컴퓨터도 준비 안 해놓고... 사람 급하다고 하더니... 뭐 준비된 게 하나도 없었다. 다들 나이가 좀 있어 보이시는 분들이 책상에 앉아 있는데... 다들 사업장에 나가 있다고 하니..
대기업 SI도 결국은 똑같구나 내가 괜히 행복 회로를 돌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출근 첫날 내 자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내 컴퓨터가 아닌 다른 사람 컴퓨터로 하루 종일 인터넷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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