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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5) - 경력직 이직은 실력이 중요하니 python 좀 설치 해 줄래?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5. 1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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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회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습니다.

     

    이직 후 팀장님과의 첫 면담을 하던 날 팀장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경력직의 이직은 적응 기간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봐요. 실력으로 빠르게 실적을 보여 줘야 합니다.'

    나 역시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언제 오나요... 

     

    팀장님의 그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는 나에게 무언가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 역시 이직 초기에는 의욕이 불타 오를 때라 어디 실력을 보여 줄 무엇인가 하나만 걸려라란 마인드로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팀장님이 나를 불러 말하셨다. 지금 우리 팀원 한 명이 다른 사이트 지원을 나갔는데 내가 가서 꼭 해줘야 하는 일이 있다고!!

    오! 드디어 나의 실력을 보여 줄 무엇인가가 걸렸는가?

     

    '그것이 무엇인가요?'

    '그 쪽 사이트 가서 python 좀 설치하고 오세요'

    python을 설치? 뭐지 이 앞뒤 부가 설명이 없는 생뚱맞은 임무는? 

     

    일단 예 알겠습니다를 하고 장소와 우리 팀원의 연락처를 받았다.

     

    상황을 좀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팀원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아직 경력이 많지 않고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임무는 ML model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인데 본인의 컴퓨터에서 model을 만들어 테스트해오고 있었다.

     

    문제는 이제 어느 정도 검증된 Model을 서비스하기 위해 서버에 배포해야 하는데 해당 서버에 python이 설치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늘 그렇듯이 외부와는 격리된 네트워크라 간단한 커맨드로 설치 불가!

    python 특정 버젼을 압축파일로 받아서 인가받은 USB에 넣어 반입한 다음.

    담당자가 해당 서버에 복사 해주면, 접속 권한을 가지고 서버에 접속 설치 해야 하는 것이다.

    서버에 깔려 있는 OS는 Redhat인데... 지원 나가 있는 우리 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개발자도 아니고 윈도우 환경에 익숙하고 또 서비스 서버다 보니 지원을 요청한 것 같았다.

     

    뭐 상황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왜 나한테 임무가 떨어 진걸까? 원래 설치 요청은 한지 좀 오래되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질질 끌다가 결국 나에게 들어온 듯한 이 느낌 아닌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팀원이 지원 나간 거라고 했는데??? 그럼 거기에 우리 회사 다른 팀 사람들은??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보니 지금 팀에 리눅스 개발서버가 하나도 없네... 다 윈도우 서버... 우리 팀에서 만든 솔루션도 다 윈도우 기반이야!!
    에이 설마...

     

    양만춘 장군님이 나에게 와서 특유의 친절함으로 첫 외근 임무를 축하(?)해 주셨다.

    '내일 거기 XX에 지원가신 다면서요?'

    '아 네. 근데 거기 저희 회사 개발자는 없나요? 저희 팀은 데이터 사이언스만 지원하는 걸로 들어서요 이걸 제가 가서 설치하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아 거기 저희 회사 다른 팀 2분이 계실꺼에요 아마.. 두 분 다 PM일 겁니다. 가서 잘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하하'

    PM이 두명이라... 하나의 프로젝트에 PM이 두 명... 이거 그냥 맨먼스(Man-Month)만 대충 맞춰 놨구나.. 일은 어차피 협력 업체가 할 테니... 협력업체에 부탁해서 해도 될 것 같은데 안 하는 걸 보면.. 이건..

     

    쪽팔려서!!!

     

    우리팀 구성원을 다시 곱씹어 보았다. 신입 아니면 다들 꽉 찬 과장이상... 대리가 없다. 아... 그나마 일 좀 하는 사람들은 다 프로젝트에 나가 있으니...

     

    어쨌든 하는 일에 비해 조금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python 설치는 무사히 끝내고 왔다.

    그냥 압축 풀고 PATH 설정한 게 다 이긴 하지만..

     

    그렇게 첫 외근(?)을 해치우고 복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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