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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14) - NO맨이 아닙니다. 이제 YES맨입니다.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7. 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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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회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습니다.

    NO맨 짐캐리 님은 특이한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짐캐리의 에이스벤추라 같은 느낌의 웃음이랄까? 목소리도 약간의 하이톤이라 멀리서도 짐캐리 님의 웃음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그분을 짐캐리라고 불렀다. NO맨 일 때의 짐캐리 님은 안씨성 양만춘 장군님에 대항하여 팀원들과 같이 술을 마시며 욕을 했었고 회사에 대해서 쓴소리도 마다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동지라 여겼고 불의에 저항하는 투사라 여겼다. 그런 그가...

     

    YES맨이 되었다.

     

     

    파트장이 된 그날 우리는 짐캐리님을 일종의 승진이라 축하해 주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많은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는 선봉장으로서의 어려운 일을 해줄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의 동지들은 술을 마셨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다들 술이 좀 되었을 때였다.

    직장 동료들이 술을 마시면 대부분 이야기의 주제는 회사 욕이다.
    회사에 대한 욕! 나쁜 상사에 대한 욕! 나쁜 동료에 대한 욕!
    뭐 대부분 안씨성 양만춘 장군과 홍의장군 곽재우에 대한 욕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회사 욕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때 갑자기 뜬금없이 NO맨 짐캐리 님이 이런 발언을 했다.

     

    '전 이제 YES 맨이 될 겁니다! 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

    이게 무슨 뜬금없는 커밍아웃인가?
    갑자기??

    우리는 그의 발언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가 너무 부담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말을 하나 보다 했다.

    '아이고 짐캐리님 너무 부담 같지 마세요. 그냥 평소처럼 팀장님한테 쓴소리도 하고 저희한테 업무도 시키시면 됩니다.'

    '아뇨 전 이제 YES 맨이 될 겁니다.!'

    우리 모두 그가 술에 취해 이상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다 같이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캬캬캬캬캬캬'

    '쿄쿄쿄쿄쿄쿄'

    그리고 잠시 침묵....

     

    회사욕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갑자기 자기는 이제 회사의 YES맨이 될 것이야라고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다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1.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맥락을 자세히 파악해 본다.
    => 다들 술이 좀 되어 있어 말하는 맥락과 의도를 파악할 정신 상태가 아님 => X
    2. 뭔 개소리냐고 면박을 강하게 주고 계속 회사 욕을 한다.
    => 앵무새처럼 YES맨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어 분위기가 더 이상해짐 => X
    3. 뭔 개소리냐고 강하게 질타를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 술 값을 안 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지만 행동력도 부족하고 매일 얼굴 보고 일할 사람인데... => X
    4. 그냥 우야 무야 얼버무리고 대충 다른 이야기 하다가 술자리를 파한다.
    => O

    대충 어색한 자리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로 NO맨 짐캐리 님이 하루아침에 YES 맨이 될지는 몰랐다.

     

    다음날 파트도 나뉘었고 솔루션도 만들자고 팀장님이 선포를 하셨으니...

    당연히 회의가 소집이 되었다. 역시나 메일에는 그냥 회의한다는 내용만 떡하니...

    대충 솔루션에 관한 이야기겠지 하고 회의실에 들어갔다.

    회의가 잡혀 있을 때 대부분 그냥 몇 시에 회의할 거니 그냥 들어오라고 하는 식으로 전달을 받는다.
    무슨 회의 인지 모르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
    회의 주제만 급박하게 통보를 받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왜! 아니 도대체 왜!
    왜? 회의를 하는지? 어떤 주제로 회의를 하는지? 회의의 주체자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미리 자료를 전달해 주거나 내용을 설명해 주면 안 되는 것일까?

    내용도 모르고 들어가서 자 의견을 이야기해보세요! 하면... 
    도대체 나한테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걸까? 내가 뭐 뭐든 잘 아는 만능인가? 순발력 테스트인가?
    나도 회의 내용이랑 당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미리 전달받으면
    자료도 좀 찾아보고 생각도 더 해볼 수 있는데...

    그래놓고 의견이 없다고... 의견 좀 말해보라고 닦달을 하면 의견이 나오겠냐고!!!
    제발 어느 회사든 회의할 때 쓸데없는 시간 좀 줄입시다... 제발!

    개발 파트 모두 회의실에 불려 들어갔다.

    '자! 이제 우리도 솔루션이란 걸 만들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 팀의 우리 회사의 미래 먹거리의 원동력이 될 만 한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 것을 만들면 좋을까요? 의견들을 말해 보세요'

     

    일동 침묵....

     

    모두들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미래 먹거리의 원동력이 될 만한 솔루션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가 회사 차려서 만들지...

    그때 NO맨 짐캐리 님이 입을 열었다. NO맨에서 YES맨으로 드디어 진화하는 첫 발을 내 딫었다.

    '네 팀장님 말씀처럼 저희의 방향성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로는 말입니다...'

     

    원래에 그였다면 하지 않았을 그저 한없이 공손한 말투와 부드러운 어투 그리고 뜬 금 없이 팀장님 칭찬을 하면서 말을 시작하는데...

     

    모두들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환에... 놀라는 눈치였다. 물론 분명 어제 술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그게 진짜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니...

     

    아무튼 YES맨 짐캐리 님의 발언이 끝나고... 또 침묵...

     

    그러자 팀장님께서 팀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친절하게도 발언권을 주셨다.

     

    다들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최신 기술을 하나둘 식 붙여서 요즘 잘 나가고 있는 회사이름을 들먹이며 온갖 솔루션들을 만들어내는데...

    나 역시 뭐 별 다를 바 없었다.

    애초에 파트를 나눈 것도 며칠 전에 알았고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어제 알았으니 별 아이디어가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모두들 한 번씩 이상한 소리를 하고 나서 그 이후가 더 가관이었다.

    팀장님은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듣고 나서 자신이 생각하는 솔루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 씨발 이거 답정너잖아... 애초에 그럼 자기는 하고 싶은 게 이거라고 말하고 회의를 소집했어야지..!'

     

    너무나도 김이 새는 회의였다. 결국은 팀장님이 하고 싶은 걸로 하겠지... 거기에 갑자기 화룡정점!

    YES맨 짐캐리 님이 

    '팀장님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습니다.'

     

    대~~~~앵~~~

     

    모두의 머리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드려 치는 저 YES맨 짐캐리 님의 완벽한 변신!

     

    이건 도대체 권력이 사람을 바꾼 것일까?

    돈이 사람을 바꾼 것일까?

    물론 뭐 나도 내가 납득할 만한 돈을 주겠다면 저 정도쯤이야 쉽게 할 수 있다!
    그걸 누가 비난 하리!!
    하지만 짐캐리 님은 왜???? 갑자기???

    그렇게 하루 만에 NO맨 짐캐리 님은 YES맨 짐캐리로 완벽 변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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