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15) - 두유를 좋아하는 그는 이미 X 되었다.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7. 21. 01:16
    728x90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회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습니다.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팀장님의 의지는 어느 정도 확고한 것 같았다. 이미 추가 인원을 선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경력직 한 사람이 우리 팀에 때를 맞춰 들어왔다.

     

    그는 잘생긴 외모에 키도 크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지 몸도 다부졌다. 그리고 그는 정말  내가 부러워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자신의 머릿속의 이론과 생각을 정말 조리 있게 잘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난 그렇게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남에게 말할 때 전달력 있게 말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말하고 나서 속으로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머릿속이 정리가 안 돼서 그런 경우도 있고 말할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그의 능력은 내가 정말 가지고 싶은 능력 중에 하나였다.

    회사 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와~! 이 사람 정말 말을 잘한다!'라고 속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 일부는 일명 속 빈 강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 잠깐 이야기할 때는 이 사람이 정말 많이 알고 있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느끼는데 좀 더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이 겉 할기 식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 금방 들통나는 경우다.

    또 대화를 많이 해보면 이론은 정말 깊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이론뿐만 아니라 구현 능력도 중요한데 이론은 정말 많이 알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데 오래 걸리거나 생각만큼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는... 이론도 잘 알고 말도 잘하며 개발 구현도 잘했다.

    즉 어디서 진짜 유니콘이 온 것이다.

    근데 또 붙임성도 좋고 성격도 쾌활해서 뭐 이런 캐릭터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마...  에이 그래도 뭐 분명 단점은 있을 거야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입사하고 우리는 커피를 함께 마시게 되었다. 커피를 마실 때 그는 라떼를 주문했는데 점원에게 두유로 바꿔 줄 수 있는지 물었는데 때 마침 그 가게는 두유라떼를 팔지 않은 곳이었고 그는 그냥 우유라떼를 먹게 되었다.

    아마 사주니까 그냥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잠깐 대화를 하는 도중 그는 

    '잠시만요'

    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렇게 계속해서 사라지는 것을 반복했는데...

     

    그렇다 그는 과민성대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신은 모든 것을 다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게 뭐라고 왠지 안도감이 드는 이유는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아무튼 그래서 그를 두유를 사랑하는 두유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는 회사 생활이나  업무적으로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두유남이 입사를 했지만 여전히 팀에서는 어떤 솔루션을 만들어야 할지 정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팀장님은 하고 싶은 것이 분명히 있었고 그걸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팀장님도 그것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는 듯했다.

     

    대체적으로 팀 내에서는 그냥 기존에 결함이 많은 프로그램을 좀 더 고도화해서 상품성을 높이자는 의견과 완전 새로운 것, 팀장님이 원하는 것을 만들자라는 의견으로 양분되고 있었다.

     

    물론 양분이라고 하지만 팀장님과 YES 맨 짐캐리님 VS 나머지들의 대결이었다.

     

    두유남도 역시 새로 입사했지만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고 우리 편(?)에 서서 의견을 내었다. 이렇게 서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다 보니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럼 우리 영업팀에 한번 물어봅시다. 실제 영업을 하면서 고객들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뭔지 많이 들을 테니까요?'

     

    그렇게 또 다른 회의가 잡혔다.

    영업팀과 우리 팀은 회의실에 들어가 회의를 시작했다.

    '우리가 이제 솔루션을 만들어 기술력을 보여주고 영업에 보다 도움을 주고자... 솰라솰라... 앞으로 어떤 솔루션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까요 의견 좀 주세요'

    '지금 우리가 제안서를 쓰는데 그쪽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들은 이런 것들이에요. 이것저것 이거 우리 영업하는 데 쓰게 한 달 안에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뭐지 갑자기? 한 달 안에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우리 지금 맥이는 건가?

     

    우리 팀은 팀장님 포함 침묵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시중에 돈을 받고 팔고 있는 프로그램과 동일한 성능 아니 더 좋은 성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한 달 안에 만들라고하다니... 개발자가 5명 미만인데? 그것도 1명은 신입, 1명은 2년차... 뻔히 보이는 상황을 영업팀 팀장님이 모를리 없을 텐데... 이때 팀장님이 침묵을 깨고 말하셨다.

     

    '그런 프로그램은 시장에 너무 많고 경쟁도 많아요. 한달안에 만드는 것도 어렵고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려는 것 회사의 앞으로 긴 미래를 보기 위함인데... 지금 유행하는 거 말고... 고객분들 많이 만나고 다니시니 앞으로 우리가 먼저 선점할 수 있는 그런 솔루션은 없을까요?'

     

    팀장님이 말을 돌려 다시 영업팀에게 발언권을 돌렸다.

     

    다들 똑같은 생각 일 것이다. 그런 게 있다면 내가 회사 차려서 한다.... 

    그렇게 또 소득 없는 회의를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회의는 종료되었다.

     

    영업팀의 생각은 간단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을 위해 하청이나 다른 회사에서 솔루션을 사야 하는데 그걸 우리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하면 비용이 별도로 발생하지 않으니까... 개발기한은 대부분 한 달 이내였다. 그게 가능하다면 내가 여기 이 회사에 있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회의가 끝나고 두유남은 나에게 말을 했다.

     

    '이거 도대체 무슨 회의가 이래요?'

    '가시죠. 제가 회사 근처에 두유라떼를 파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내가 입사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 그대로 두유남에게 전달해 주었다.

     

    환영합니다!

     

    728x9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