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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18) - 홍의장군의 회사생활 관찰 일기(전지적 작가 시점)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8. 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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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회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습니다.

     

    아침이 되었다. 홍의장군이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홍의장군은 회사에서 자율좌석제를 실행한 후에도 선호하는 두 자리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앉았다. 자율좌석제를 시작하고 몇몇 사람들이 해당 자리에 앉았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괜스레 시비를 걸거나 이유 없이 짜증을 내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가 '왜 그러지?' 모두들 의아해했는데... 해당 자리에 있는 모니터 뒤쪽에 보일 듯 말 듯 적어놓은 그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고 암묵적으로 사람들은 그쪽에 자리가 비어도 웬만하면 앉지 않았다.

     

    그는 회사에서 모니터를 제공할 때 나름 제일 깨끗하고 가장 최근에 받은 모니터뒤에 이름을 써놨는데 그 모니터를 받기 위해 신입의 모니터를 중간에서 인터셉트 했다. 뭐 그냥 신입이 굳이 새 모니터가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신입에게 직위와 나이로 위협을 해서 뺐었다.

     

    그 모니터를 그렇게 힘들고 유치하게 차지했는데 홍의장군은 해당 모니터를 다른 사람이 쓰는 걸 그냥 볼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틀 연속 동일한 자리에 앉을 수 없게 된 자율좌석제 시행 후 해당 모니터가 있는 자리와 그 옆자리를 자기 자리로 찜했던 것이다.

     

    그는 출근하자 마자 모니터를 어제 앉았던 자리에서 바로 옆자리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그 새 모니터를 물티슈로 닦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남들이 뭐라고 욕해도 그에게는 소소한 행복이었고 하루의 루틴 시작을 알리는 행동이었다.

     

    모니터를 옮기고 노트북을 세팅을 하고 나서 시간을 보니 벌써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네이버로 접속을 한다. 그는 사회/정치 면 뉴스로 가서 여러 가지 뉴스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는 자신이 아주 아주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것들은 정치에 관심도 없고 일베나 하는 사회적 루저들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는 뉴스 기사를 클릭한다. 그는 자신의 진보적인 성향과 우수한 정치적 신념을 남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댓글로 적었다. 

     

    '아~~! 또 내가 이렇게 사회에 이바지 하는 구나'라는 만족감을 느끼며 그는 다른 뉴스에도 비슷한 댓글들을 달았다. 그때였다. 그의 댓글에 대댓글이 달렸다고 알람이 왔다. 누군가가 그의 댓글에 각종 욕과 인신공격을 하며 한판 붙자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기꺼이 도전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한참을 열을 올리며 댓글로 싸우고 있는데... 주식 생각이 갑자기 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10%를 달려가던 주식이 얼마나 더 올랐나 확인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두 눈을 밑을 수 없었다. -8% 그리고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댓글에 있던 인신공격도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는데 '너 같은 XXX는 대머리에 결혼도 못하고 집에서 백수처럼 있는 XX 노친네... .. .. ..' 라는 공격에 그만 멘탈이 무너지고 말았다. 화가 나고 짜증이 미칠 듯이 올라왔다. 때 마침 팀장님이 오전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셨다.

     

    그는 회사에 있을 기분이 도저히 아니었다. 일단 팀장님에게 자신이 바쁜 일을 하고 있다고 어필을 해야 했기에 늘 하던 데로 팀장님에게 회의를 요청했고 팀장님과 회의실에 들어가서 ppt로 보고를 했다. 팀장님이 자신을 이 팀에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그는 항상 생각했다.

     

    사실 팀장님도 홍의장군을 다른 팀에 보내려고 했다. 개발팀에서 개발도 못하는 사람을 영업이나 기획 쪽 팀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다른 모든 팀들이 그를 거부했다. 그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고 팀에서 파트장도 되었겠다. 이 팀에서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팀장님에게 혼자만의 보고를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주식은 여전히 마이너스이고 댓글을 달던 상대방은 왜 답이 없냐고 쫄았냐고 계속적으로 도발을 해오고 있었다.

     

    어차피 혼자만의 팀장님 보고도 했겠다. 담배나 피우러 밖으로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피우면서 휴대폰으로 주식을 계속 봤지만 여전히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분도 안 좋은데 그는 기분 전환이 좀 필요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았다. 사람들이 닭갈비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는 사람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그의 파티원 중 한 명 인 댄디 가이님이 함께 가고 있었다. 댄디 가이는 성격도 쾌활하고 일도 잘했고 부하 직원들의 고충을 잘 들어주고 잘 케어해주는 미래의 팀장 감이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댄디 가이님이 팀장님과 웃으며 농담하며 식당을 가는 걸 보니 홍의장군의 입이 점점 더 삐죽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댄디 가이의 유쾌함과 배려심은 홍의장군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성향이었고 그런 그를 시기하던 홍의장군은 오늘 여러 가지 상황이 더 겹쳐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댄디 가이님이 주도적으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댄디 가이님이 메뉴판을 보다가 홍의장군의 손이 메뉴판과 살짝 부딪치고 말았다. 댄디 가이님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홍의장군은 댄디 가이님이 자신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에게 메뉴를 한 번씩 확인했는데도 자신에게는 확인을 안 했다고 기억마저 왜곡을 했다.. 사실 닭갈비 집에서 메뉴란게 크게 고를 것도 없지만 댄디 가이님은 늘 그렇듯이 모두에게 한 번씩 메뉴를 확인했었다. 하지만 이미 시기와 질투, 오전에 일들로 홍의 장군은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밖으로 나온 그는 생각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생각해서 밖으로 같이 나올 거라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 봐 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식당에서 멀리 가지 않고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배는 고프고 짜증은 더 나고... 댄디가이에게 파트장으로써의 위엄을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분노 지수를 높였다.

     

    그때 팀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홍의장군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팀장님은 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팀장님은 홍의장군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고 같이 커피나 하자고 했다. 홍의 장군은 그렇게 팀장님과 근처 카페로 갔고 팀장님이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지만 자신의 시기와 질투 댓글 팩트 공격, 주식 하락 등등 복합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기에 그냥 집에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있다고 얼버무렸다. 사실 팀장님도 그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으셨지만... 사람이 좋은 게 죄인지라 그냥 홍의장군을 토닥거려 주었다.

     

    기분이 한껏 좋아진 홍의 장군은 마치 자랑하듯 팀장님과 함께 한 손에는 커피 음료를 들고 회사로 돌아왔다.

     

    오후가 되자 팀장님은 업체 POC 관련 회의가 있어 외근을 나가시게 되었다. 이때 댄디 가이님과 YES MAN 짐캐리 님도 함께 나갔다.

     

    홍의장군은 왠지 또 댄디 가이님과 팀장님이 같이 나가니 시기와 질투가 같이 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나쁜 기분을 쏟아부을 먹잇감을 찾고 있는데 저 멀리 자신의 자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신입이 보였다. 신입은 홍의장군과 같은 파트였다. 홍의 장군은 파트 장으로써의 위엄을 한번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어있는 신입의 옆자리에 앉았다. 신입은 약간 두려운 듯 표정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일단 홍의장군은 농담처럼 말을 꺼냈다.

    '너 왜 요즘 내 옆에 안 앉아? 우리 같은 파트인데 왜 멀리 앉아?'

    '아.. 예.. 그게..'

    '너 나 싫어하지? 그래서 멀리 앉은 거지?'

    '아... 아닙니다.'

    '요즘 보니까 내 근처에 앉은 적이 없는 거 같아? 싫어하는 거 맞지?'

    '아.. 아닙니다.'

    '야 쫄지마 농담이야 ㅎㅎ'

    '아.. 네'

    '네? 너 나 싫어하는 게 맞네~~'

    '네?'

    '파트장이 우습냐?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장 자리를 옮기겠다고 해야지!'

    '아.. 네 지금 자리를 옮길까요?'

    '됐어! 지금 옮겨서 뭐 하게?'

    '아... 네..'

     

    홍의장군은 순간순간을 즐겼다. 지금까지의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역시 신입은 놀려야 재미있다. 그는 신입에게 짜증도 내고 농담조로 말도 하고 진지하게 갈구기도 했다. 그의 입고리는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지만 신입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다 못해 잿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슬슬 신입을 괴롭히는 것도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고 잠도 오고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기도 귀찮고 사무실에 사람도 몇 없고 그는 그냥 그 자리에서 엎드려 자는 것을 선택했다. 일단 입구 쪽에서 자신이 안 보이게 모니터의 위치를 한 손으로 슥 밀어서 입구 쪽으로 향하게 하고 잠을 청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스트레스도 풀었고 낮 잠도 자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그는 이런 기분이라면 빨리 퇴근해서 집에 가서 쉬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낮잠을 자고 나서 본인의 자리에 돌아가고 나서 한 10분 뒤 업체 POC 관련 회의를 갔던 사람들이 복귀를 했다. 팀장님도 복귀를 했는데 그는 급 퇴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가 알던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회의를 하자고 잠깐 보자고 하나만 걸려라란 심정으로 전화를 돌렸다. 업체에서 다들 무슨 일이냐고 돼 물었지만 그는 잠깐이면 된다고 업체 상황과 이슈를 확인하는 미팅이라고 했다. 결국 업체랑 별 의미 없는 미팅을 잡고 당당히 팀장님에게 이야기했다. 

     

    'OO에서 잠시 들어와서 회의 좀 하자고 하네요. 미팅 후 그곳에서 바로 퇴근하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홍의장군은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쳤다.

    역시 팀장님은 나를 중요시 생각해! 나를 신뢰하고 있어! 란 큰 착각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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