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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20) - 아버지는 말 하셨지 라떼는 시럽 가득!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9. 2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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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회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습니다.

    한 동안 팀은 평온하게 흘러갔다. 다들 솔루션 개발, 스마트 오피스 개발 등등 각기 할 일이 많아서인지 별 다른 큰 이벤트가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모두들 각자 할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두 사람만 빼고...

    홍의장군님은 현재 상황이 팀원이 없는 파트장이 되어서 그런지 상당히 심심해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사무실에는 잘 없었지만 그래도 출근을 안 할수는 없었으니... 사무실로 출근을 하면 그래도 뭔가를 항상 하고 있었다.
    댓글을 달든 주식을 하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아주 우연히 홍의장군님과 사무실에 단 둘이 있게 된 적이있다. 다른 팀원들은 회의를 갔던가... 암튼

     

    탕비실을 갔다가 물을 마시고 자리로 돌아 가는데 갑자기 홍의장군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왜 갑자기 나를 부르는 거지?'

     

    약간의 호기심, 약간의 걱정, 약간의 적대감, 약간의 호의로 무장을 하고 그를 웃으며 보았다. 홍의장군님은 표정은 마치 애기가 처음 걸음마에 성공했을 때 엄마에게 자랑하려고 하는 그 표정으로 자신의 모니터를 가리켰다.

     

    '자 이거 봐봐 내가 만들었어!'

     

    홍의장군님이 컴퓨터로 뭔가를 만들었어? 우와~~ 코딩 공부를 하신건가???

    하지만 컴퓨터화면에 있던 것은 엑셀 sheet였다. 거기에는 알 수 없는 숫자들과 파란색과 빨간색의 글자들이 혼종 되어 있었고 좀 더 들여다보니 그것이 주식관련 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게 뭔가요??'

    '이게 말이지 내가 지금껏 주식을 하면서 나의 노하우를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여기 보면 내가 산 주식의 품목 그리고 여기 추세... 수익률을 넣으면 언제쯤 팔아야 하는 지도 알 수 있어!'

     

    '아... 네....'

     

    '봐봐 이거 봐봐 크... 이 수익율 하하하'

     

    그렇다 홍의장군님은 그냥 자신의 수익율을 아무에게나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난 농담반 진담반으로 

    '홍의장군님 돈도 좀 버셨으니 커피나 한잔 사주세요!'

     

    그러자 그는 급 정색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이게 내가 노력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번 돈인데! 님이 나한테 이거 돈 벌게 해 준 거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웬 커피를 사달라고 해? 요즘 사람들은 그냥 공짜를 좋아해서 쯧쯧... 그러면 안돼! 나처럼 이렇게 노력을 해야.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할 수 있는 거야! 이게 그렇게 쉽게 되는 줄 알아?'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 홍의장군님이 주식을 공부해서 돈을 벌었다고 치자. 물론 그분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힘만으로 이루었다는 큰 착각과 자만에 빠져있었다.

     

    홍의장군님은 우리 팀원들의 시간을 빼앗아 갔다!!!

     

    왜???

     

    일을 안 하니까!!!!!? 일을 안 하면서 팀원들을 괴롭히니까!!

     

    나도 주식공부 열심히 하고 싶다. 나도 재테크 수단 찾아서 열심히 내 돈 굴리고 싶다! 그리고 나름 노력한다. 하지만 홍의장군님처럼 업무시간에는 안 한다. 홍의장군님이 일을 하지 않으니... 다른 팀원들이 그 사람의 땜빵 역할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5명이 해야 할 일을 4명이 하다 보니 나머지 4명은 시간적으로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시간이 남으니 주식이나 재테크를 남들보다 많이 공부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공짜 같은 월급을 받으며 돈을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로지 자신만의 느으으응으으응으으으~~력이고 자신의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이라고?!!!!

     

    아오 그냥 확!!!! 

    확 그냥! 마!

    잠시 짤로 나의 분노를 표출하고...

     

    '아 네... 뭐 그러시다면..'

    짧은 말을 남기고 난 자리로 돌아와서 씁쓸하고 화가 나는 감정을 추스를 세도 없이 다시 일정에 쫓겨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안씨성 양만춘 장군과 외부 업체 미팅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다.

     

    난 업무 미팅 관련 자료를 휴대폰으로 보고 있는데... 양만춘 장군님께서는 뭔가 은행 앱들을 열심히 켰다 껐다를 반복하시면서 휴대폰을 하고 계셨다. 

    미팅 내용은 다 숙지하신 건가... 뭐 하는 거지 이분??

    넌 시시 양만춘 장군에게 물었다.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아 네! 지금 은행별 적금 금리를 알아보고 있어요. 요번에 적금이 하나 만기되어서 새로 하나 들어야 해서요!'

    '오~ 적금 만기라니 축하드려요~ 근데 적금 금리가 많이 차이가 나나요?'

    '그럼요 1 금융권 2 금융권 다 찾다 보면 1%라도 더 주는 곳이 있어요. 제가 오래전부터 풍차 돌리기를 해서 이쪽에 좀 노하우가 있죠?'

    '우와 그 말로만 듣던 적금 풍차돌리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니... 대단하시네요'

    '하하하 이 정도는 해야 돈을 모으죠'

     

    그렇게 안씨성 양만춘장군님과 재테크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양만춘 장군도 재테크로 꽤 성공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도 사고 펀드로 돈도 벌고 주식으로 돈도 벌고...

     

    양만춘 장군도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자신만의 느으으응으으응으으으~~력이고 자신의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외부 미팅 내용숙지 같은 건 개나 줘 버린 상태였다. 하....

    하루종일 1 금융권 2 금융권 적금 금리를 보고 계셨던 것 같다...

     

    똑같다. 

     

    결국은 남들을 착취해서 얻은 부다. 하지만 그걸 그 사람들은 모른다. 어쩌면 그냥 알면서 무시하는 것 일수도 있다.

    자신들의 해야 할 일을 남들에게 넘기고 그들은 그 남들의 시간을 빼앗아 자신들의 욕심을 채웠다.

    아니 남들에게 피해 주면서 회사는 왜? 다니는 거지?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살지 않았을 수도... 애써 무마시켜 본다..

     

    그러고 보니 그 두 분은 팀원들에게 커피 한잔 사 준 적도 없는 것 같다.... 에휴...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항상 말씀하셨다.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묵묵히 할 일을 하다 보면 인정받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아버지... 그 말이 틀렸어요. 맡은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더니 남 좋은 일만 시켜 주는 세상이네요...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월급 만으로 살 수 없는 사회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게.. 지금 나에게는 남들을 착취해야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말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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