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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22) - 누구냐 넌?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10. 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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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회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습니다.

    새벽에 자다가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아무도 없을 것을 예상하며 사무실로 출근을 했는데...

    스마트 오피스의 안면 인식과 자리 예약 시스템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한 남성을 보게 되었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그는 나를 보더니 약간 주춤하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고 나도 고개를 삐걱되며 어정쩡한 인사를 하였다. 사무실은 스마트 오피스 안면 인식을 하기 전에 최초 출근자가 사무실 시건장치를 도어록 암호로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번호는 우리 팀 사람들만 알고 있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는데 낯선 이 사람이 도어록 암호를 풀고 들어가 안면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인데... 뭐지?
    누구세요? 라고 해야 하나?
    무슨 일 때문에 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우리팀 사무실 비번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일단 인사를 하긴 했는데 사무실 비번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팀이지만 장기 파견 근무자이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되었고 일단 스마트 오피스 안면 인식 관문을 통과하여 자리에 앉았다. 

     

    우리 팀인 사람인 것 같은데 딱히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일단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았다. 그는 아쉽게도 스마트 오피스 안면 인식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였고 그냥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색하게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애써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10분쯤 지났을까? YES MAN 짐캐리 님이 출근을 하셨다. 짐캐리 님은 출근을 하면서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그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아이고 XXX님 어쩐일로 본사로 출근을 하셨어요? 잘 지내셨죠?'

    'ㅎㅎ 네 짐캐리님도 잘 지내셨죠? 오늘 본사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잠시 이쪽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대화 상황을 보아하니 같은 팀이긴 한데 장기 파견 근무를 나가 있는 사람 같았다.

     

    아니 근데 얼마나 오랬동안 나가 있었던 거지? 내가 입사한 지도 수개월이 지났는데...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니..

     

    짐캐리 님은 사무실을 둘러보다 나를 보았고 뭔가 생각난 듯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나를 불렀다.

     

    '아 QQQ님 여기 XXX님 처음 보시죠?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 팀인데 지금 XX에 프로젝트를 나가 있어요. 와서 인사해요~'

    '안녕하세요~ QQQ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XXX 입니다.'

     

    인사를 하면서 그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심한 곱슬머리였으며 동그란 검은색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고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선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고집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키는 작아 보이지도 않고 커 보이지도 않았으며 어깨는 조금 넓어 보였고 아랫배가 살짝 나와 있었다.

     

    나는 그를 부정적인 교수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부정적인 교수님은 입사 후 본사 출근 보다 외부 출근을 더 많이 했다. IT SI란게 원래 그렇긴 하긴 하지만 부정적인 교수님은 특히 더 심한 케이스였다. 내가 그를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를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었고 남들에게 이야기도 차분히 잘했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윗선에서 하라면 그냥 군말 없이 잘 수행했고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이 외부 프로젝트에 차출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교수님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 뭔가 좀 부정적인 기운이 그의 곱슬머리에 뒤에서 슬금슬금 날개를 펴 올라오는 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일단 개발에 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다.

     

    '에이~~ 그거 우리가 못해요'

    '에이~~ 그거 하면 망할 거예요'

    '이런~~ 우리 망했어요'

     

    그와 개발 관련 대화를 하다 보면 결론은 우리는 개발을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한 번은 고객이 요청한 기능에 대해 자체 개발이 가능한 것인지, 공수는 얼마나 들지에 관한 관련 회의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때마침 그때 교수님도 파견이 끝나 본사에 있었기에 개발파트 사람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다.

     

    그때 두유남과 교수님의 긍정력과 부정력의 대결의 시발점이 여기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어떤 특정 기능을 개발해야 했다. 물론 상용 소프트도 있고 우리가 직접 개발을 할 수도 있고 다시 외주를 줘서 개발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위 3가지 방법 중 가장 돈이 적게 들고 효율이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회의 목표였다.

     

    두유남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저희도 팀장님이 항상 자체 설루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만들려고 하고 있고 자체 기술이 있어야 사업을 따내는 것에도 좀 유리하니 이번 기회에 한번 만들어 보시죠'

     

    다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 그러자 YES MAN 짐캐리 님이 갑자기 뜬금없이 망부석처럼 아무 표정 변화 없이 앉아 있던 교수님에게 의견을 물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수님은 특유의 선한 웃음을 보이며 말을 했다.

     

    '저희 팀에서 개발할 인원도 없고 개발을 한다면 꾸준히 유지 관리를 해야 하는데 다들 프로젝트 나가면 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리고 우리 팀이 일단 저걸 만들 능력이 되나요?'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선한 웃음이 다른 개발자를 비웃는 듯한 착각을 들게 만들었고 두유남의 자존심을 건드린 듯했다.

     

    '아니! 우리가 개발자인데 저걸 못 만든다는 게 말이 되나요? 충분한 시간과 인원을 투입하면 만들 수 있어요!'

    '에이~~~ 안될 거예요.. 결국은 개발하다가 다 다른 프로젝트로 나갈 걸요? 그럼 이도 저도 안될 거예요'

     

    그러자 짐캐리 님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럼... 교수님은 상용 소프트를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상용 소프트는 너무 비싸서 단가를 못 맞출 거고요. 외주를 준다고 해도 저희가 원하는 단가를 맞춰줄 외주 업체를 찾기도 힘들 거고 찾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기능을 만들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교수님의 곱슬머리에서 부정의 새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다 안된다면 어떤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면 좋을 텐데 교수님은 그냥 모든 의견을 관짝에 넣고 땅속에 묻어 버렸고 회의도 그냥 종결시켜버렸다.

     

    회의가 일찍 끝나서 좋기는 했지만 이게 회의를 한 건지 우리 회사의 부정적인 면을 들여다본 건지... 아무튼 회의의 결론은 "병신 같은 회사 때문에 우리는 개발자라고 불릴 수 없다??!"란 이상한 결론을 남기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짐캐리 님이랑 팀장님 두 분이서 쑥덕쑥덕 쿵짝쿵짝 회의를 하시더니 결론이 났다고 했다.

    결론은 외주 업체를 싼 값에 찾았고 그 회사에 의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역시 대한민국의 SI IT의 기본은 하청에 하청에 하청 가격 후려 치기지...

     

    그리고 교수님은 아직 다음 프로젝트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아 일단 우리와 같이 자체 솔루션 개발에 투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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