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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SI 회사 생활 이야기(21) - '수고하셨습니다.' 란 말을 듣기 위한 험난한 여정
    IT 기타/SI 회사생활 2023. 10. 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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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회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습니다.

    이상하리 만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 때쯤...

    IT SI 회사에서 일과가 반복된다는 것은 별 탈 없이 아주 잘 흘러가고 있다는 말과 같다.

    역시나 사건이 하나가 터졌다. 잘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던 스마트 오피스 구축 작업이 생각보다 진행이 안 되고 있었다. 사장님에게 보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개발을 담당하던 막내 OO이가 개발을 일정에 맞춰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걸 혼자 짬처리하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으니... 홍의장군님에게서 탈출 후 너무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인가... 그날 이후로 실실 웃고 다니며 돈을 모아 고급 손목시계를 살 꺼라고 해맑게 웃던 우리 막내 OO이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러자 팀장님은 개발파트에 있던 두유남을 스마트 오피스 구축 프로젝트에 긴급하게 투입하였다.

     

    두유남은 OO 이에게 다가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 OO아 여기서 네가 못한다고 해도 크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그런데 니가 해야 할 일을 안하고 있거나... 지금처럼 도움이 필요 할 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니가 뭉개고 있으면 아주 크게 혼날 거야!!'

     

    어느 산업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SI 개발은 특히 일정이 아주 중요하다. SI 프로젝트 가격은 대부분 인력 투입으로 결정이 되는데 일정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원 계약과 다르게 일정이 늘어나면 대부분 위약금을 내도록 계약이 되어 있기도 해서 일정 준수는 정말 중요하다.

     

    두유남은 계속 말을 이어서 말했다.

     

    '그럴다고 모르겠다고 무조건 물어보지는 말고 충분히 고민하고 숙고한 다음 안 되겠다 싶으면 나에게 도움을 청해!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도 안 되고 길어도 안돼... 지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거야!'

     

    '네...'

     

    그렇게 정신 교육이 들어가고 두유남은 상황을 빠르게 수습해 나갔다. OO 이를 도와 큰 틀을 잡아 주고 OO이가 어려워할 때 적재적소에 도움을 주었다.

     

    어느 정도 스마트 오피스 구축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창문에는 전자동 블라인드가 설치되었고 사무실과 회의실에 AI 스피커가 자리를 잡았다. 이 때는 아마존과 구글의 스피커 밖에 선택지가 없었고 구글의 스피커를 설치했다.

     

    그리고 각 자리에 의자에 압력 센서를 넣어서 해당 자리에 사람이 얼마나 오래 앉아있는지 체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로 무엇인가... 간지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AI 스피커의 음성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마트 오피스 구축 중 회의실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회의를 시작한다.

    2. 'Ok google 회의 시작'을 말한다.

    3. 회의실에 불이 꺼진다.

    4. 회의실에 빔 프로젝트가 켜진다.

    5. 회의실에 스크린이 자동으로 내려온다.

     

    상상해 보자. 원래라면 회의실에 들어와서 불을 끄고 빔프로젝트 리모컨을 찾아서 켜고 스크린 리모컨을 찾아서 스크린을 내리는 작업을 손으로 해야 한다. 리모컨이 기본 2개가 있어야 할 수 있는 동작을 음성을 할 수 있다!

     

    '우와~~~'가 나와야 하지만...

    솔직히 들인 돈에 비하면.. 개인적으로 그다지....

     

    그리고 문제는 이 AI 스피커의 음성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몇 번을 다시 이야기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Ok google 회의 시작'

    '....'

    'Ok google 회의 시작'

    '....'

    'Ok google 회의 시작'

    '...'

    '아이! 리모컨 어디 있어??'

     

    위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걱정이 되는 건 사장님 보고를 할 때도 저 상황이면...

    위기를 느낀 팀장님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모두를 회의실에 부른 다음 우리 모두에게 'OK google 회의 시작'을 말하게 했다.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팀장님의 의도를 파악했고 서로 눈 빛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참았다.

    피식거리며 돌아가며 'OK google 회의 시작'을 말하기 시작했다.

     

    회의실에 성인들이 나란히 앉아서 한 번씩 'OK google' 말하는 이 장관은 마치 입으로 물건을 전달하는 게임처럼 웃기고 부끄럽기도 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가만히 보고 계시던 팀장님도 이 상황이 웃기셨는지 웃으며 한 말씀하셨다.

     

    '내가 오죽했으면 이러겠습니까.... 진지하게 해 주세요 ㅎㅎ'

     

    결국 사장님 보고 때 시연은 인식율이 가장 좋았던 우리의 YES맨 짐캐리 님이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스마트 오피스 구축이 완성되어 사장님께 보고를 해야 할 일정을 잡는데....

    사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한동안 일정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셨다.

     

    이 스마트 오피스 구축 프로젝트가 사장님이 TV를 보고 무심코 꺼냈던 말이 시발점인데... 결론을 내기가 참 어려워지고 말았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사장님 보고를 위해 계속 붙잡고 있기에는 시간 낭비 같아 보이기도 했고... 그렇다고 여기서 보고 없이 종료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팀장님은 

    '기능을 더 추가해 봅시다.! 우리 그럼 안면 인식하여 출근할 때 자율 좌석 선택 하도록 안면 인식을 적용해 봅시다'

     

    이렇게 숙제를 던지시고 회의에 늦었다며 자리를 뜨셨다.

     

    우리는 이것을 누가 해야 할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얼굴 안면인식이라니... 팀장님이 누구를 지목하지 않으셨으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모두들 안면 인식이라는 폭탄이 언제 터질지 조심스럽게 팀장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팀장님이 

    '어 안면인식은 어떻게 돼 가요?'라고 묻는 다면...

     

    우리는 답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예상답안

    1. 팀장님께서 누가 하라고 아무도 지목하지 않으셔서.. 

    2. 아직 논의 중에 있습니다!

    3. 바빠서 못하겠습니다.

     

    명확한 답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팀장님이 스마트 오피스 구축을 하는 팀원들을 불러 모으셨다. 모두들 올게 왔구나 하는 긴장감 속에서 머릿속에 모법답안을 찾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는데...

     

    '자 이거 봐봐요. 내가 open source로 안면 인식하는 것 찾았어요. 여기 코드도 좀 짜봤어요. 그래도 인식은 잘되는 것 같은데?'

     

    팀장님이 모두의 예상을 깬 문제지가 아닌 그냥 답안지를 제시하셨다. 모두들 이 의외의 상황에 기뻐하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눈과 표정으로 다양한 수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무튼 저튼 생각보다 순조롭게 스마트 오피스 구축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추가적으로 WEB 개발은 타 팀 인원에게 도움을 청해 그럴싸한 웹도 만들게 되었다.

     

    이제 출근을 할 때는 문 앞에 있는 카메라 앞에 서서 얼굴을 인식하여 로그인을 하고 자신이 앉을자리를 스마트 패드에서 선택한 다음, 사물함에서 자신의 물건을 꺼내 지정된 자리로 이동하는 절차가 생겼다.

     

    나름 재미있기는 했는데... 그게 끝이었다. 딱히 편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안면인식은... 인식율이 나빠서 안면인식을 위해 얼굴을 요리조리 돌리거나 안경을 고쳐 써야 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다.

     

    그리고 사장님 보고는 결국 시간이 좀 더 지나고 하게 되었는데

     

    사장님은

     

    '네~ 수고하셨습니다.'

     

    란 말을 남기고 짧게 둘러보고 가셨다.

     

     

    그리고 그렇게 스마트 오피스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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